"사람이 많으면 경제도 성장하는가?"에 대한 냉정한 검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축제를 기획할 때 가장 강조하는 수치는 ‘방문객 수’다. 수십만 명, 많게는 수백만 명이 방문했다는 수치는 행정성과 보고서, 언론 보도자료에서 자주 언급되며, 축제의 성공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자리잡았다. 숫자는 눈에 보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설득력이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그 수치가 지역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는 "사람은 많은데 손님은 없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이는 명백히 ‘소비’와 ‘집객’ 사이에 단절이 있다는 뜻이다. 반면 지자체는 축제 종료 이후 수치 중심의 성과 보고를 통해 "관광객 유치에 성공했다"고 자평하며, 예산 집행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 이처럼 축제 현장의 체감과 행정 보고서 간의 괴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몇 명이 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소비가 발생했느냐, 그리고 그것이 지속 가능한 소비 흐름으로 전환되었느냐다.
지역 축제는 단순한 ‘문화 이벤트’가 아니라, 매년 수억 원 이상의 공공 예산이 투입되는 실질적인 경제정책의 일환이다. 예산이 투입되는 곳에는 반드시 경제적 회수 또는 순환의 메커니즘이 따라야 한다. 단지 많은 사람을 유치하는 데에 그친다면, 해당 축제는 예산 낭비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인 ‘인원 수’보다 훨씬 더 중요한 지표는 ‘소비 전환율’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진정한 경제 효과를 노린다면, 축제를 단순한 집객 수단이 아니라 체류형 소비 기반 구조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방문객 수가 많아도 소비 유발 효과가 낮은 축제의 특징
서울 여의도 봄꽃축제, 대구 이월드 불꽃축제, 인천 송도맥주축제 등 수도권 중심의 대규모 축제는 매년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성공적인 행사처럼 보인다. 특히 지자체에서는 대중교통과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을 내세워 높은 방문객 수를 자랑스럽게 홍보한다. 하지만 이러한 축제의 공통된 문제는 바로 체류 시간이 짧고, 실제 상권과의 연계가 약하다는 점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여의도 봄꽃축제는 2023년 약 630만 명이 방문했지만, 인근 음식점과 상점의 매출 증가는 평균 25%에 불과했다. 이는 방문객들이 대부분 도심 인근에서 당일치기로 이동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해 곧바로 귀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념품을 구매하거나 식사를 즐기기보다 단순히 ‘보고 돌아가는’ 관람형 소비 행태가 주를 이룬다.
또한 이러한 축제는 축제장과 지역 상권이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장 주변의 교통 통제나 주차난으로 인해 방문객의 체류가 짧아지고, 결국 소비 발생 여건이 줄어드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반복되면서 상인들은 실익 없이 혼잡만 감수하는 상황에 놓인다는 점이다. 이 같은 축제에서는 방문객 수와 소비 지출 사이의 상관계수가 0.3 이하로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많다.
즉, 겉으로는 성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거의 없는 '무늬만 축제'일 수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본래의 목적은 실종되고, ‘사진용 이벤트’만 남는 현상이다.
체류형 소비가 가능한 축제의 경제 효과와 높은 상관관계
반대로, 방문객 수는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실질적인 소비 지출이 높은 축제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진주 남강 유등축제, 강릉 단오제, 전주국제영화제, 보성 녹차대축제 등이다. 이들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수도권만큼 뛰어나진 않지만, 특색 있는 콘텐츠와 지역 특산물, 숙박과 체험형 프로그램 등이 결합되어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자연스럽게 소비로 이어지게 만드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2023년 진주 유등축제는 약 12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으며, 총 민간 소비 유발액은 420억 원에 달했다. 이는 1인당 평균 소비액이 3.5만 원에 이르는 수치다. 강릉 단오제의 경우도 90만 명이 다녀갔으며, 총 소비 유입액은 약 260억 원으로, 1인당 2.9만 원 수준이다.
이처럼 체류형 축제는 객단가가 높고, 상권 전체에 파급되는 효과도 크다. 방문객은 단지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머무르며 먹고 자고 체험하는 전방위 소비자가 된다. 이 과정에서 음식점, 숙박업소, 지역 특산품 매장, 체험 콘텐츠 등이 고루 혜택을 입게 되며, 실제로 지역 상권 내 매출 상승은 2~5배 이상까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이러한 구조는 반복성과 브랜드화를 가능하게 만든다. 콘텐츠에 차별성이 있고, 상권과 연계된 동선이 자연스럽게 짜여 있다면 방문객은 다음 해에도 돌아오며, 지역은 점진적인 경제 자립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축제에서는 방문객 수와 소비 지출 간의 상관계수가 0.7~0.85 이상으로 높게 유지되며, 경제 파급 효과의 선형 관계가 형성된다.
숫자가 아니라 구조가 축제의 경제 효과를 결정한다
방문객 수는 외부에 보이기 쉬운 지표다. 하지만 소비 전환이 되지 않는 단순한 숫자만으로 축제의 경제 효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무분별한 집객 위주의 축제는 교통체증, 소음, 환경오염 등 지역 주민의 생활 질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부 상인들에게는 “차라리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자체가 축제를 기획할 때는 ‘몇 명이 왔는가’보다 ‘얼마나 쓰고 갔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오늘날 축제의 성공을 평가하려면 새로운 지표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민간 소비 유발액, 지역상권 체감 매출 상승률, 외지인 체류 시간, 재방문률 등은 훨씬 더 실질적인 성과 지표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자체는 축제를 일회성 행사로 소모하지 말고, 지역경제 순환의 구조 안에 녹여내야 한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는 지역 소상공인 쿠폰 연계, 체류형 관광 패키지, 지역 콘텐츠 기반 SNS 바이럴, 그리고 사후 재방문 유도 마케팅이 필요하다. 결국 축제는 예산을 단지 '쓰는 것'이 아니라, 민간 소비로 회수하는 구조를 갖춘 투자 사업으로 접근해야 한다. 진정으로 성공한 축제는 “발자국이 남은 곳에 지갑도 열렸다”는 결과를 남긴다.
'지역 축제의 경제적 효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역 축제 방문객의 1인당 지출금액 분석 (1) | 2025.06.27 |
---|---|
주요 지역 축제 사례 비교를 통한 평균 경제유발효과 (3) | 2025.06.27 |
수도권 vs 비수도권 축제의 평균 매출 효과 차이 분석 (0) | 2025.06.26 |
지방자치단체 별 축제 투자 대비 민간 소비유입 규모 비교 (2) | 2025.06.26 |
지역 소규모 축제(읍·면 단위)의 자영업자 수익 변화 사례 (1) | 2025.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