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 이제는 감성보다 숫자로 평가할 때
지역 축제는 더 이상 단순한 문화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파급력을 가진 경제 전략 도구이며, 지방자치단체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운영하는 ‘경제적 실험장’이다. 전국의 지자체는 해마다 수백 건의 축제를 개최하며, 그중 상당수는 매년 반복적으로 시행된다. 하지만 이러한 축제들이 과연 얼마나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단순히 “몇 만 명이 왔다”는 식의 감성적 수치나, 언론에 보도된 사진 한 장이 축제의 성과를 대표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소비를 이끌어냈는가’이다. 축제를 통해 유도된 민간 소비 총액, 지역 상권에 미친 영향, 축제 종료 이후에도 이어지는 지속형 소비 흐름이야말로 진정한 성과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제 지역 축제는 감성과 열기만으로 평가받는 시대를 지나, 구체적인 수치와 분석을 기반으로 평가받아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높은 경제유발효과를 보인 대표 축제들
2023년 기준으로, 전국 주요 지역 축제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경제 성과를 보인 사례는 경상남도 진주에서 개최된 남강 유등축제였다. 이 축제에는 약 25억 원의 공공 예산이 투입되었으며, 축제 기간 동안 약 120만 명의 방문객이 진주를 찾았다. 그러나 이 축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많은 관람객을 유치했기 때문이 아니다. 축제 종료 후 분석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유입된 민간 소비 규모는 약 42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예산 1원당 약 16.8원의 소비를 유도한 셈으로, 지방 단위 축제로는 매우 높은 ROI(Return on Investment)를 기록한 사례에 해당한다. 특히 숙박, 외식, 기념품 구매, 교통 등의 분야에서 소비가 고르게 발생했고, 지역 상권과의 연계가 긴밀하게 설계되어 있어 체계적인 소비 흐름이 형성된 결과로 평가된다.
전라남도 보성에서 열린 녹차대축제 역시 지역경제에 강한 파급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축제는 2023년 기준으로 약 8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고, 행사 기간 동안 유도된 민간 소비 유입액은 약 70억 원 수준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1:8.7의 소비 유발 효과를 의미한다. 해당 축제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녹차 수확 체험'과 같은 몰입형 체험 콘텐츠가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지역 농특산물의 직접 판매, 가족 단위 관광객을 겨냥한 숙박형 소비 동선 설계 등이 작용하며, 단기 체험을 넘어선 장기 소비 구조가 유도되었다. 이는 곧 소득의 지역 내 재분배와 지역 상권의 매출 증가로 연결되며, 공공투자 대비 높은 경제적 실효성을 창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충청남도의 보령 머드축제는 1:15.5, 전라북도 전주의 국제영화제는 1:10.3, 그리고 강원도 강릉의 단오제는 1:10.4 수준의 ROI를 기록하며, 경제유발 효과 측면에서 매우 성공적인 축제로 평가되었다. 이들 축제에는 공통적인 특성이 존재한다. 먼저, 대부분의 축제가 단순한 당일 관람이 아닌 숙박 소비를 포함한 체류형 관광 형태로 운영되었으며, 방문객이 머무는 동안 다양한 소비가 지역에 유입되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행사장이 지역 상권과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여, 관람 동선과 소비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구성되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더불어, 지역 특산물을 구매하거나 현지에서만 체험 가능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정체성과 관광객의 소비 욕구를 동시에 자극했으며, 여기에 SNS 공유 이벤트, 재방문 할인권 배포, 체험 후 리뷰 이벤트 등의 마케팅 전략도 병행되었다. 이러한 전략은 일회성 소비에서 끝나지 않고, 재방문과 후기 소비를 유도함으로써 축제가 종료된 이후에도 일정 수준의 경제적 잔존 효과를 창출하는 기반이 되었다.
결국 이들 축제는 단지 ‘많은 사람을 끌어모은 행사’에 그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지역에 체류하게 하고, 지역 경제 내에서 돈을 쓰도록 설계된 ‘소비 중심 축제’였기 때문에, 예산 대비 높은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축제를 통해 유입된 소비가 지역의 소상공인, 숙박업자, 농산물 판매자 등 다양한 경제 주체에게 실질적 수익으로 분산되었다는 점에서, 이들 사례는 지방자치단체의 축제 기획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경제유발효과가 낮은 축제의 구조적 한계
하지만 모든 지역 축제가 높은 소비 효과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형 축제들은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에 이르는 인파를 유치하고도, 실질적인 민간 소비 전환율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축제들은 주로 ‘방문객 수’라는 겉보기 성과에 초점을 맞추지만, 정작 지역 상권으로 이어지는 실질 소비는 극히 제한적인 구조를 갖는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3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봄꽃축제를 들 수 있다. 이 축제는 약 63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 축제’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 분석된 지역 상권의 민간 소비 유입 규모는 약 110억 원 수준에 그쳤다. 단순 계산 시, 1인당 평균 소비액은 약 1,700원으로, 이는 커피 한 잔 혹은 편의점 간편식 구매에 불과한 금액이다. 투자 대비 소비 유발 비율을 ROI로 환산하면 약 1:1.5 수준에 불과하며, 지역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수익이 연결된 구조는 아니었다.
이러한 저효율 축제 구조는 여의도 봄꽃축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고양시의 행주문화제, 부천시의 만화축제, 성남시의 청계예술제 등 수도권의 여러 도심형 축제들 또한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들 축제는 보통 1억 원에서 10억 원 규모의 공공 예산이 투입되지만, 실제 민간 소비 유도액은 예산 대비 2배 이하로 측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투자 대비 효율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그 원인을 분석하면, 몇 가지 공통된 구조적 한계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이들 축제는 대부분 무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입장료 수익 자체가 없고, 유료 콘텐츠가 부재한 경우가 많다. 또한 콘텐츠 중심이 관람 위주로 설계되어 있어 방문객의 체류 시간이 짧고, 주변 상권에서의 소비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더욱이 행사장과 지역 상점가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떨어져 있어, 소비 동선이 단절되기도 한다. 여기에 지역 특산품이나 체험형 상품이 부재하거나 마케팅이 부족한 탓에, 관광객이 지역의 독창적인 소비 콘텐츠를 접할 기회도 부족하다.
또한 소비 유입이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 글로벌 커피 브랜드 등 전국 단위 유통망에 집중되면서, 정작 해당 지역의 소상공인들은 큰 매출 변화를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에서는 수많은 인파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에는 큰 기여가 이뤄지지 않는 결과가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유형의 축제는 행정적 성과 지표상으로는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될 수 있으나, 실제 경제 성과 지표에서는 매우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 방문객 수 증가라는 겉보기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얼마를 벌게 했는가’라는 핵심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축제가 되는 셈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축제를 공공 투자로 간주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이상, 앞으로는 인파 중심의 축제 기획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지역경제 기여도를 높이는 구조적 전략 전환이 요구된다.
숫자가 아닌 ‘소비 구조’로 성과를 평가해야 할 때
축제의 진짜 성과는 단순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가’에 있지 않다. 이제는 “그들이 지역에서 얼마를 소비하고 갔는가”, 그리고 “그 소비가 실제로 지역 상권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는가”를 정밀하게 따져야 한다. 경제유발효과가 높은 축제들은 공통적으로 몇 가지 핵심적인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먼저, 행사장과 지역 상권이 물리적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동선을 설계한다. 즉, 축제장을 나서면 자연스럽게 지역 음식점이나 상점으로 이동하게끔 거리 구조와 안내 동선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단순 관람객이 소비자로 전환될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숙박, 식사, 지역 체험 콘텐츠를 하나로 묶은 복합형 소비 구조를 통해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길게 유도하고, 1인당 소비금액을 상승시킨다. 이는 단기적인 소비 촉진을 넘어서, 지역 내 다양한 업종 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 여기에 더해, SNS를 활용한 해시태그 이벤트나 방문 인증 사진 공유, 축제 공식 앱을 통한 지역 쿠폰 발급 등은 방문객의 참여도와 지역 소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축제 기획 단계에서 지역 상인과의 협력 구조를 사전에 마련하는 것도 주요 전략이다. 단순히 공간을 대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전 교육, 공동 프로모션, 할인 이벤트 연계 등을 통해 축제의 수혜 대상이 지역 상권 전체로 확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특산물을 중심으로 한 로컬 콘텐츠를 강화하여 방문객이 해당 지역에서만 누릴 수 있는 ‘차별화된 소비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일회성 소비가 아닌 재방문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마케팅 요소이기도 하다.
결국, 이러한 전략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축제는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지역경제를 실질적으로 견인하는 고효율 경제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된다.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핵심은 ‘사람을 많이 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돈을 쓰게 만들고, 그 소비가 지역 안에서 순환되게 하는 것’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반대로 이런 요소가 결여된 축제는 사람들이 많이 오더라도 금세 떠나가고, 기억에 남지 않으며 재방문율이 낮다. 더욱이 행사 종료 후 남는 것은 쓰레기와 불만뿐일 수 있다.
이제 지방자치단체는 예산 1원이 민간 소비 몇 원으로 전환되는지를 계산하는 정량적 사고 방식을 가져야 한다. 더 이상 ‘축제 분위기’나 ‘분위기 반응’ 같은 추상적 평가 기준은 유효하지 않다. 실제로 축제당 평균 경제유발 효과 수치는 해당 축제가 지역경제에 기여했는지, 아니면 단순한 이벤트에 그쳤는지를 판단하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지역 축제는 공공 예산이 투입되는 경제 사업이다. 진짜 성공한 축제는 ‘분위기’가 아닌 ‘매출’로 말해야 하며, 숫자가 증명하는 소비 전환이 필요하다. 더 이상 ‘사람이 많았다’는 말로 모든 축제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축제 하나로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시대, 우리가 필요한 건 감성보다 정확한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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