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축제의 경제적 효과

지역 축제 방문객의 1인당 지출금액 분석

finoryb 2025. 6. 27. 14:39

지역 축제를 통해 ‘얼마나’ 소비하게 하는지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지방자치단체가 축제를 기획하는 이유는 단순히 흥겨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역의 경제적 흐름을 되살리고,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비를 통해 상권을 회복시키려는 분명한 경제적 목표가 존재한다. 하지만 축제의 성공 여부를 단순히 ‘방문객 수’라는 외형적 수치로만 평가하는 관행은 여전히 흔하다. 정작 지역 상인들은 “사람은 많았지만,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고 말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러한 괴리는 축제의 핵심 성과지표를 착각한 데서 비롯된다. 진정한 경제 효과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는가’보다 ‘온 사람들이 얼마를 쓰고 갔는가’에 달려 있다. 특히 방문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해당 지역 상권이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가장 정직한 수치다. 본 글에서는 전국 주요 지역 축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문객들의 항목별 소비 구조를 세분화하여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자체가 취할 수 있는 실질 전략을 모색하고자 한다.

 

 

식비 지출 – 소비를 끌어당기는 축제의 ‘첫 접점’

축제에서 가장 먼저 발생하는 소비는 대부분 식음료 지출이다. 지역의 먹거리는 방문객에게 가장 빠르게 노출되고, 소비를 유도하는 핵심적 접점으로 작용한다. 식비 지출액은 축제장이 갖춘 환경, 상권 접근성, 음식 콘텐츠의 차별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전주국제영화제의 경우, 한옥마을 일대를 배경으로 하여 전주비빔밥, 콩나물국밥, 한옥 카페 등 전통 로컬 음식과 체험형 식음 공간이 풍부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로 인해 1인당 평균 식비는 약 17,000원에 이른다. 반면, 서울 여의도 봄꽃축제와 같은 도심형 공원 중심 축제의 경우, 인근에 상업시설이 적고 체류 시간이 짧아 평균 식비는 8,000원 수준에 머무른다. 대부분 편의점과 푸드트럭에서 간단한 요기만 하는 소비 구조로 귀결된다.

특히 지역 특산물을 소재로 한 음식 콘텐츠가 있을 경우, 식비 지출이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보성 녹차대축제의 경우,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 라떼, 녹차 도시락 등 특화된 먹거리를 통해 1인당 평균 식비가 14,000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순한 식음 소비를 넘어서, 지역 농산물의 가공·판매까지 연결되는 구조다. 따라서 지자체가 축제 기획 단계에서 ‘로컬 식문화’에 대한 스토리텔링과 접점을 강화할 경우, 가장 즉각적인 경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숙박비와 교통비 – 체류형 축제의 경제적 핵심

방문객이 단순한 ‘관람객’에서 ‘소비자’로 전환되는 핵심 지점은 숙박 여부다. 당일치기로 방문한 관람객은 식비 외에는 거의 소비를 하지 않지만, 1박 이상 체류한 방문객은 숙박, 식사, 쇼핑, 체험, 교통비 등 다양한 지출 항목을 동반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진주 남강 유등축제다. 이 축제는 전체 방문객의 약 60% 이상이 1박 이상 체류하는 구조를 보이며, 이로 인해 1인당 평균 숙박비는 약 45,000원~80,000원 수준으로 측정된다. 커플 여행객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일수록 숙박비 단가는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며, 지역 내 숙소 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반면 수도권에서 열리는 성남예술제고양 국제꽃박람회의 경우, 방문객 대다수가 인근 거주민이며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통해 당일 관람 후 귀가한다. 이 경우 숙박비 지출은 제로이며, 그만큼 지역 상권이 체감하는 경제적 효과는 떨어진다.

교통비 또한 지출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지방 축제의 경우, 이동 거리와 교통수단의 다양성으로 인해 1인당 평균 20,000원~35,000원의 교통비 지출이 발생한다. KTX, 고속버스, 자가용, 렌터카 이용률에 따라 변동 폭이 크지만, 이 항목은 외지 관광객의 유입을 유도할수록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지방 축제일수록 교통비 지출이 다른 항목과 맞물려 총 소비금액 상승에 기여하는 양상을 보인다.

 

총합으로 본 1인당 지출액의 평균과 활용 전략

위의 세 가지 주요 항목(식비, 숙박비, 교통비)을 기준으로 분석할 경우, 전국 주요 축제의 방문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약 58,000원~92,000원 수준으로 형성된다. 축제 유형별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인다:

축제 유형평균 1인당 지출액주요 특징
체류형 지방 축제 (유등, 머드, 녹차 등) 80,000~92,000원 숙박 및 지역 식문화 소비 중심
도심형 수도권 축제 (봄꽃, 거리공연 등) 25,000~45,000원 짧은 체류, 소비 집중도 낮음
체험형 중소형 축제 (농산물, 군단위 행사) 45,000~70,000원 식비 및 특산물 구매 중심 소비
 

이 수치는 단순한 ‘관광 만족도’가 아니라 실제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 변화와 직결되는 지표이며, 축제의 ROI(Return on Investment)를 계산하는 핵심적 근거가 된다. 이 데이터를 활용해 지자체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구축할 수 있다:

  1. 지역 숙박·식음·교통을 하나의 소비 동선으로 연결한 패키지형 프로그램 운영
  2. 1박 2일 이상 체류를 전제로 한 축제 일정 설계
  3. 방문객 대상 모바일 앱 기반 지역 쿠폰 및 스탬프 마케팅
  4. 체험형 로컬 상품(음식, 체험, 관광)을 중심으로 한 재방문 유도 콘텐츠 기획

단기 방문객 중심의 축제는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는 착시 효과만 남기기 쉽다. 반면, 체류형 소비 구조를 전제로 설계된 축제는 축제 종료 후에도 이어지는 지역경제 파급력을 만들어낸다.

 

사람을 ‘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쓰게 만드는' 축제

앞으로의 지역 축제는 단지 사람을 모으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성공한 축제는 방문객의 지갑이 열린 시간을 늘리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1인당 지출액’이라는 현실적이고 정직한 수치가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이제 예산의 ‘소비 전환율’을 기준으로 축제 효과를 측정해야 한다. 축제를 통해 외부 자본이 지역 상권으로 유입되고, 지역 브랜드가 소비로 연결될 때 비로소 ‘경제를 살리는 축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