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축제 뒤에 남는 것은 숫자다
2024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열린 지역 축제의 수는 약 980건, 투입된 공공 예산은 추산 기준 약 4,000억 원을 상회했다. ‘문화 행사’라는 미명 아래 치러지는 수많은 축제는 지역 정체성의 표현이자 지역민의 자긍심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축제의 진짜 목적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있다면, 그 효과 역시 정량적 경제지표로 분석되어야만 한다. 단순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는가’에 머무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얼마나 소비했는가’, ‘얼마를 지역에 남겼는가’가 축제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
기존 축제 평가는 대개 ‘방문객 수’, ‘보도 건수’, ‘SNS 언급량’ 등에 집중돼 왔지만, 이는 실질적인 경제성과를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다. 2024년부터는 다수의 지방자치단체가 ROI(Return on Investment), 1인당 평균 지출액, 민간 소비 유입액, 체류시간 대비 소비 전환율 등 보다 구체적인 경제지표를 적용하여 축제 효과를 평가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2024년 대한민국에서 열린 주요 축제를 중심으로 이들 경제지표 순위를 분석하고, 어떤 축제가 실제로 지역 경제를 움직였는지를 살펴본다.
2024년 경제 효과 상위 5대 축제 분석
2024년, 전국 수백 개 지역축제 중 가장 뛰어난 경제 효과를 기록한 축제는 경남 진주 남강 유등축제였다. 총 25억 원의 공공 예산이 투입되었으며, 약 430억 원의 민간 소비가 유도되었다. 방문객 수는 약 122만 명으로 집계되었으며, ROI는 1:17.2에 달했다. 특히 숙박, 식비, 기념품 구매가 고르게 분포되어 체류형 소비 구조가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경제형 축제’의 교과서로 평가받았다.
2위는 충남 보령시의 머드축제로, 18억 원의 예산으로 280억 원의 소비 유도에 성공하며 ROI 1:15.5를 기록했다.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12% 이상으로 높았고, 체험형 콘텐츠가 풍부해 1인당 평균 지출액이 3.8만 원을 넘어섰다.
3위는 강릉 단오제다. 약 20억 원이 투입되었고, 총 250억 원의 소비 유입, ROI는 1:12.5로 나타났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콘텐츠가 소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4위는 전주국제영화제다. 30억 원 예산으로 약 310억 원의 민간 소비가 발생했으며, ROI는 1:10.3으로 집계되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지역 한옥마을, 로컬 맛집, 숙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소비 유입이 다양하게 발생했다.
5위는 순천만국가정원 봄 박람회다. 35억 원의 예산으로 약 300억 원의 소비를 이끌어내며 ROI는 1:8.5를 기록했다. 생태·관광·체험을 접목한 구조가 전체 소비 파급력에 크게 기여한 사례다.
이들 축제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 방문객의 체류시간이 길다.
- 행사장과 지역 상권이 물리적으로 연결돼 있다.
- 기념품·숙박·식사 등 소비 유도 접점이 다양하다.
- 콘텐츠에 차별성과 브랜드 가치가 있다.
중·하위권 축제의 지표와 구조적 한계
중위권 축제는 경제적 효과는 있으나 구조적으로 한계가 드러난 사례다. 대표적으로는 전남 보성녹차대축제, 강원 인제빙어축제, 경기 고양국제꽃박람회 등이 있다.
고양국제꽃박람회의 경우, 약 2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고, 방문객 수는 55만 명에 달했지만 민간 소비 유입은 약 110억 원, ROI는 1:5.0에 그쳤다. 이유는 명확하다. 소비가 박람회장 내부 부스와 편의점 등으로 집중되어 외부 골목상권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즉, 내부 집중형 소비 구조가 전체 지역경제로 확산되지 못한 것이다.
하위권 축제는 실질적인 소비 유입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사례다. 서울시의 광화문예술제, 청계천한지문화축제 등 도심형 거리축제는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했지만, 1인당 평균 지출액은 1만 원 이하였다. 이는 대부분의 시민이 이동 중에 잠시 들렀다 가는 구조이며, 숙박 소비는 전무하고 음식 지출도 저렴한 프랜차이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일부 군 단위 축제는 5억 원 이상 예산 투입에도 ROI가 1:1 이하인 경우도 있었다. 지역민 위주의 행사로 외부 소비 유입이 거의 없었고, 축제와 상권이 물리적으로 단절돼 있었던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특정 읍면 지역에서는 행사장 반경 500미터 이내 점포만 매출이 상승했고, 외곽 상점은 오히려 손님이 줄었다는 조사도 있었다.
축제 평가의 기준은 ‘경제지표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2024년 전국 축제들의 경제지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한 가지 명확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사람이 많았는가’보다 ‘얼마나 소비했는가’가 지역경제의 실제 지표다.
고효율 축제는 ROI 수치뿐 아니라 지역 상인의 체감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반면 방문객 수만 강조하고 소비 전환 전략이 미흡한 축제는, 상인에게는 오히려 교통 통제와 쓰레기 문제만 남기는 구조가 반복되었다.
이제 축제를 기획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 “이번 축제로 자영업자는 얼마나 더 벌었는가?”
- “축제 소비는 어느 상권에 집중되었고, 얼마나 분산되었는가?”
- “ROI가 예산 투입 기준으로 적정했는가?”
앞으로의 축제 운영은 단순한 시민 만족도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지자체는 예산 1원당 민간 소비 목표를 설정하고, 체류형 소비 유도 콘텐츠, 상권 연계 쿠폰 시스템, 축제 종료 후 데이터 공개 시스템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
진정으로 성공한 축제는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지방 경제를 움직인 숫자로 남는다.
그리고 그 숫자는, 축제를 평가하는 가장 정직한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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