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만든 지역 축제, 수익으로 돌아오고 있는가?
지방자치단체가 개최하는 축제는 단순히 시민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문화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축제는 지역의 관광 자원화, 이미지 제고, 그리고 지역 상권의 매출 증진이라는 경제적 목적을 분명히 갖고 있으며, 이 모든 결과는 결국 공공 예산의 투입을 기반으로 한다. 지방비, 도비, 국비 등으로 마련된 축제 예산은 세금이라는 시민 자산으로부터 나온 만큼, 축제를 통해 어떤 수익이 발생했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이러한 경제적 효과를 수치화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지표가 바로 ROI(Return on Investment)다. ROI는 축제에 투입된 예산 대비 민간에서 유도된 소비 지출의 비율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기업에서 사업성과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지자체 축제 기획에서도 ROI가 필수적인 분석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단순히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는 보도자료용 수치가 아닌, “얼마나 쓰고 갔는가”라는 냉정한 수익성 검토가 필요하다.
ROI가 높은 지역 축제들의 공통적 특성
실제로 높은 ROI를 기록한 축제들은 공통적인 구조적 강점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경남 진주 남강 유등축제를 들 수 있다. 2023년 기준 이 축제에는 약 25억 원의 공공 예산이 투입되었고, 약 420억 원의 민간 소비를 유도하였다. ROI로 환산하면 약 1:16.8로, 투입 예산 1원이 민간 소비 16.8원을 만들어낸 것이다. 축제 하나가 실질적인 경제 레버리지로 작동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고효율 구조는 보령 머드축제에서도 발견된다. 보령시는 약 18억 원의 예산으로 280억 원 이상의 소비를 유도하였고, 이로써 약 1:15.5의 ROI를 기록했다. 이러한 축제들이 성공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체류형 소비 구조다. 방문객이 1박 이상 지역에 머무르며 숙박, 음식, 기념품, 교통비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소비를 일으킨다. 단순한 관람형 축제와는 전혀 다른 소비 흐름이 형성된다.
둘째, 콘텐츠 경쟁력이다. 유등이나 머드라는 고유 콘텐츠는 다른 지역에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독창성으로 작용하며, 타 지역 관광객의 방문 유인을 높인다.
셋째, 행사장과 지역 상권의 자연스러운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축제장의 구성 자체가 주변 골목상권이나 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방문객의 체류와 동시에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즉, ROI가 높은 축제는 단순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서,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소비를 끌어들이는 전략적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ROI가 낮은 지역 축제는 왜 수익 전환에 실패했는가?
반면, 축제에 투입된 예산 대비 소비 유도 효과가 낮은 사례들도 적지 않다. 특히 수도권 대도시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무료 문화행사나 거리 공연형 축제는 ROI가 1:2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서울 여의도 봄꽃축제는 매년 수백만 명의 관람객이 몰리는 대표적인 행사지만, 주변 식당과 상점의 매출 상승률은 20~30% 수준에 머물렀다. 이 축제의 ROI는 계산상 약 1:1.5 내외에 불과하다.
이러한 축제들이 ROI가 낮은 데에는 공통적인 구조적 약점이 있다.
첫째, 대부분의 축제장이 상업권과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축제 관람과 소비 활동이 연결되지 않는다.
둘째, 체류 시간이 짧고 숙박 소비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수도권 주민의 당일치기 관람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숙박·교통 소비가 발생하지 않으며, 이는 곧 지역 상권에 유입되는 금액의 한계로 이어진다.
셋째, 행사 콘텐츠의 경쟁력 부족이다. 유사한 테마의 축제가 전국적으로 퍼져 있어 해당 축제를 ‘굳이 가야 할 이유’가 없다면 소비를 유도할 만한 동인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일부 군 단위의 축제도 ROI가 낮은 편이다. 5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총 유도 소비액이 10억 원 이하에 그치는 축제가 상당수 존재한다. 콘텐츠 몰입도 부족, 홍보 채널 미흡, 반복성 없는 일회성 행사 구성 등이 그 원인이다. 이러한 축제는 주민 입장에서도 경제적 효익을 체감하기 어려워, 예산 낭비 논란의 불씨가 되기 쉽다. 실제로 감사원은 2022년 이후 ROI 1:1 이하의 축제를 반복 개최한 지자체에 대해 예산 낭비 우려를 공식적으로 지적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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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I를 중심으로 한 지역 축제 기획 전략의 필요성
축제의 문화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공공 자원의 투입이 커지는 시대에는 ROI 중심의 성과 측정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ROI는 단지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지자체가 예산을 책임 있게 집행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ROI가 높은 축제는 곧 지역 자영업자의 매출 상승, 관광 자산의 브랜딩 강화, 장기적 재방문율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곧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기반 구축으로 연결된다.
지자체는 축제를 설계할 때 다음과 같은 항목을 ROI 중심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 사전 목표 ROI 설정: 예산 1억 원당 최소 유도 소비 목표치를 사전에 설정하고 전략적으로 맞춘다.
- 체류형 콘텐츠 강화: 숙박 소비를 동반할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 야간 조명 콘텐츠, 지역 관광 연계형 코스를 기획한다.
- 상권 연계 프로그램 도입: 지역 상점 쿠폰, 스탬프 이벤트, 지역식당 제휴 할인 등을 통해 소비 흐름을 지역 내로 붙잡는다.
- 성과 보고의 투명성 확보: 축제 종료 후 ROI 수치를 분석하여 시민에게 공개함으로써 예산 집행에 대한 신뢰성을 높인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축제는 단순히 흥미와 감동만을 제공하는 공간이 아닌,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회수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기획한 축제는 이제 단순한 볼거리 제공이나 문화적 상징을 넘어서 ‘경제적 결과물’을 생산해야 할 책임이 있다. 단지 사람을 많이 모은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얼마나 지출하고 갔는가, 그리고 그 소비가 지역 상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
ROI는 그 모든 흐름을 수치로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지표다.
축제 하나에 투입된 1원이 10원을 만들었는가, 아니면 1원 그대로 사라졌는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을 때, 축제는 시민의 세금을 가치 있는 자산으로 전환시키는 진정한 지역경제의 성장 엔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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