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축제의 그늘 속, 소규모 축제가 만드는 조용한 경제
대도시에서 열리는 대규모 축제들은 늘 언론과 관광청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반면 읍·면 단위에서 열리는 지역 소규모 축제들은 겉으로 보기엔 단출하고 규모도 작지만, 해당 지역 자영업자들에게는 1년 농사의 절반이 걸린 중요한 경제 이벤트다. 인구 2만 명 이하의 농촌 혹은 소도시에서 열리는 축제들은 관광객 유입뿐 아니라 지역민의 소비 행동 변화, 상권 활성화 실험, 신규 고객 확보 기회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경제 파급 효과를 가진다. 본 글에서는 강원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등지에서 실제로 열렸던 읍·면 단위 축제를 중심으로, 자영업자들이 체감한 수익 변화 사례를 중심으로 경제 효과를 분석해본다.
소규모 축제는 단기간에 많은 인파를 유도하지는 않지만, 해당 지역의 일상적 소비 구조를 일시적으로 전환시키는 효과가 있다. 축제 당일이나 주말 기간 동안 평소보다 2배 이상의 유동 인구가 집중되면서 음식점, 카페, 특산물 판매점에 긍정적인 매출 변화가 발생한다. 특히 지역민의 가족 단위 방문이 많아지고, 외지인의 체류형 소비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특산물과 상점의 인지도가 상승한다. 이는 지역 외부 소비자에게 로컬 브랜드를 소개하는 중요한 기회가 되며, 축제의 경제 효과가 단순한 매출 상승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고객 기반을 형성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이 모인다’는 단순한 사실이 만든 매출 상승
경상북도 문경시 산양면에서는 매년 봄 ‘산양 양파축제’가 개최된다. 축제 기간 동안 양파 캐기 체험, 농산물 직거래장터, 로컬 푸드 부스 등이 열리며, 실제 참여 인원은 약 3,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산양면 중심상가에 위치한 한 국밥집은 축제 기간에 평소 하루 매출이 25만 원이던 것이 80만 원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근처에 있는 카페는 이틀간 약 700명의 손님이 다녀가며 평소 월 평균 매출의 절반을 축제 이틀 만에 달성했다.
또 다른 사례로,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에서 진행되는 ‘꼬막축제’도 자영업자 매출 상승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벌교읍의 한 횟집은 축제 전 주 대비 매출이 약 2.7배 상승했으며, 외지 관광객뿐 아니라 인근 읍면에서 온 방문객들이 지역 내 체류형 소비를 유도했다. 특히 현지 농수산물 판매 상점, 이동식 커피차, 제과점 등 소규모 점포에서도 매출 증가가 나타나, 축제의 중심 무대뿐만 아니라 주변 상권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현상은 소규모 축제에서도 ‘집객’이라는 기본 조건만 충족되면,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충분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록 유동 인구는 대형 축제보다 적지만, 고객과의 접점이 가까워지고, 지역 특화 상품과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직접 도달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더욱 실속 있는 매출 증대가 가능하다. 특히 체험형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축제일수록 고객의 평균 체류 시간이 늘어나며, 체류형 소비와 반복 소비로 연결되는 구조적 이점도 확인할 수 있다.
수익 상승은 있지만, 지역 구조적 문제도 함께 드러나다
하지만 모든 소상공인이 축제 효과를 동일하게 체감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상권 집중도 편중이다. 축제 장소 반경 300미터 이내의 상점은 매출이 평균 150% 이상 상승한 반면, 중심지에서 1km 이상 떨어진 골목상권에서는 체감 매출 변화가 거의 없었다. 예를 들어 충청남도 청양군의 한 마을에서는 ‘고추 축제’가 열렸지만, 행사장 인근에 위치한 몇몇 음식점만 매출 증가를 기록했을 뿐, 외곽 카페와 소매점은 오히려 평소보다 손님이 줄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또한 읍·면 단위 축제는 대부분 지자체 예산에 의존하고, 홍보 채널도 한정되어 있어 관광객 재방문 유도나 상권 재구성으로 이어지는 장기적 효과가 약하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매출 상승이 단 1~2일에 집중되며, 재고 확보나 인건비 부담 등으로 인해 실제 순수익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따라서 축제를 통해 지역 자영업자에게 지속 가능한 경제적 혜택을 주기 위해선 지속형 콘텐츠 기획과 동선 다양화 전략이 절실하다.
게다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축제의 수익 분배 구조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종종 제기된다. 축제 주무대 근처 업주들은 고수익을 올리지만, 일정 반경을 벗어난 상인들은 전혀 수혜를 입지 못하거나 오히려 손해를 입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는 축제의 긍정적인 경제 효과가 지역 전체로 확산되지 못하고, 극히 일부 상점에만 집중되는 비효율적 소비 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소규모 축제가 ‘마을 전체의 성장’이 아닌 ‘일부의 호황’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지역 단위 유통망 설계와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소규모 축제를 ‘작지만 강한 경제 동력’으로 만들려면
읍·면 단위 축제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해당 지역 자영업자에게는 의미 있는 경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기존 상권에 새로운 고객이 유입되고, 지역 농산물과 특산품을 홍보할 수 있는 장이 열린다는 점에서 단기적 매출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를 더 넓고 오래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축제 동선을 지역 내 여러 지점으로 분산시켜 편중된 소비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 축제장 인근에만 모든 시설이 집중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외곽 상권도 참여할 수 있는 서브 이벤트를 배치하면 자영업자 수익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둘째, 축제 이후 방문객의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쿠폰 마케팅, SNS 이벤트, 지역 스탬프 투어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 셋째, 자영업자 스스로도 축제 시즌에 맞춘 상품 구성과 가격 전략을 세밀히 기획해야 한다. 이는 단기 수익 증대를 넘어서, 지역과 외지 소비자 간의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한 기반이 된다.
이외에도 지자체 차원에서는 소규모 축제를 단기 행사로 끝내지 않고, 해당 축제의 성과를 정량화하고 시각화하는 데이터 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향후 축제 예산 편성과 정책 우선순위 결정에 활용할 수 있으며, 자영업자들에게도 실질적 성과 공유가 가능해진다. 궁극적으로 소규모 축제는 단순한 볼거리 제공을 넘어 지역경제의 내적 회복력과 상생 기반을 실험하는 무대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규모’보다 ‘설계의 정밀도’가 중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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